업비트 디콘 2025에서 국회의원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고란 알고란 대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업비트 디콘 2025에서 국회의원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고란 알고란 대표,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여야 의원들이 공히 디지털자산을 통화주권과 미래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여전히 각종 규제로 '크립토 갈라파고스'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해서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활용처·위험 관리 측면에서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19일 두나무가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에서 개최한 'D-CON(디콘) 2025' 디지털자산 정책 토론에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참석해 디지털자산 산업과 제도화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2030세대, 자산 불평등 심화로 디지털자산 열광

황정아 의원은 2030 세대가 디지털자산에 주목하는 배경으로 ▲부동산 중심 자산 불평등 심화 ▲적은 시드머니로도 시작 가능한 투자 ▲높은 기술 수용성을 꼽았다. 그는 "과거 불평등의 원인이 소득 격차였다면 지금은 자산 격차"라며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한 부동산 대신, 작은 돈으로도 시작할 수 있고 사회·기술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디지털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천하람 의원도 "젊은 세대가 디지털자산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좋게 보고 있기 때문에 높은 참여율이 나온다"며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보니 대체 투자처로서 디지털자산을 선택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증권계좌보다 코인 거래소 계좌를 먼저 여는 20대도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EU·홍콩·남미…격해지는 디지털자산 패권 경쟁

글로벌 디지털자산 패권 경쟁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김재섭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각국 화폐 주권과 금융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스테이블코인 통계를 보면 이미 달러 기반 자산이 사실상 99% 가까이 쓸어가고 있어, 미국 중심으로 논의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바이에서 비트코인으로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교환 가치가 현실 경제로 확산되는 만큼, 각국이 '주권을 잃지 않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김형년 부회장은 미국·EU·일본·중동·남미 등으로 구분해 각국 전략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 디지털자산을 보고 있고, EU의 미카(MiCA)는 '빅테크 외 새로운 산업은 우리가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법"이라며 "일본은 높은 현금 이용률과 사생활 보호 성향 속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과세 투명성을 높이려 하고, 남미에서는 하이퍼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테더 등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크립토 수도' 구상, 달러 패권 지키기 위한 큰 그림"

트럼프 행정부의 '크립토 수도' 전략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나왔다. 황 의원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 워킹그룹이 '철도·인터넷처럼 차세대 인프라를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디지털자산 역시 미국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도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린 투자를 주식과 기술 중심 신산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디지털자산 정책과 입법이 발맞춰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섭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달러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강력한 의지"로 규정했다. 그는 "산업과 금융이 동시에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미국은 디지털산업 변화 속도에 맞춰 디지털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려 한다"며 "국채·채권시장 우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디지털자산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에서 개최된 업비트 디콘 2025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19일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베서더 서울에서 개최된 업비트 디콘 2025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한국 제도화, 주요국 비해 더뎌...불필요한 그림자 규제 과다

국내 제도화 수준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천 의원은 "특금법, 이용자보호법 등 나름 제도화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해오긴 했지만 미비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외국인 투자 제한, 법인 계좌 막아놓은 것, 1거래소 1은행 같은 규제들은 이미 글로벌 상위권이었던 국내 거래소 경쟁력을 떨어뜨린 '그림자 규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이 민감한 규제는 건드리지 못한 채 논의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영역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황 의원도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현물 ETF, 스테이블코인 체계 도입이 투자 확대 요인 1~3순위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지금은 특정금융정보법과 이용자보호법만으로는 디지털자산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율하기 어렵고, 선물·파생상품 등 관련 산업을 체계적으로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기적 흐름을 극단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신중하게 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거래소 1은행·외국인·법인 제한…'크립토 갈라파고스' 비판

산업계는 한국이 '크립토 갈라파고스'로 고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형년 부회장은 "블록체인은 국경이 없는 기술인데, 규제를 통해 막으려고 하면 자꾸 보이지 않는 곳, 해외 거래소로 자금이 도망간다"며 "해외 거래소로 이동한 거래에는 부가세·세금이 붙지 않아 국가경제에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말하는 것이 과도한 후견주의에 대한 반감"이라며 "투자자 자유를 존중하면서 안전하게 관리·감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두고는 엇갈린 시각이 나왔다. 김재섭 의원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없이 통화주권을 방어하기 어렵다"며 "실제 활용처와 수요에 대한 의문은 남지만, 제도·기술 측면에서 준비해 놓은 뒤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보호와 활용도 제고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천하람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젊은 세대는 충분히 똑똑하고, 자기 피 같은 돈으로 투자한다. 후견주의적으로 하라 마라하기보다 불필요한 허들을 낮추고 국내에서 안전하게 투자·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설계, 혁신·신뢰 균형 맞춰야

디지털자산 기본법 설계 방향과 관련해 김재섭 의원은 "혁신과 소비자 신뢰는 긴장 관계에 있다"며 "디지털자산 파생상품 제도화, 기관투자자 대상 대여·중개·신용공여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전담 중개업 도입 등 혁신 요소를 담는 한편, 자기자본 요건을 높게 설정해 난립을 막는 방식으로 균형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형년 부회장은 "사업보국 관점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고용과 세금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지만, 규제 차이로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투자자가 '안전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국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재섭 의원은 "디지털자산 관련 간담회를 할 때마다 '죄송하다, 빨리 하겠다'는 말만 1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며 "국회가 산업을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발목은 잡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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